인간 관계를 나와 타인의 상호작용으로 구분해보면 나는 타인이 나에게 보내 오는 관계적 신호(나에 대한 태도, 나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러한 반응을 심각하게 인지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무척 민감하지만 내가 타인에게 보내는 신호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심한 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듣게 된다. 남에 대해 너무나 신경을 많이 쓴다. 그리고 쿨(?)하다. 인간의 성격이 원래 참 다면적이라고 하지만 내가 가진 인간 관계의 상호 작용은 항상히 부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나를 보는 사람들의 의견이 많이 갈리는 편이다. 내 첫인상과 실제 모습 사이의 괴리가 반전일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나는 데도 그러한 원인이 작용한 탓일 것이다.
그런데 전자의 평가를 주로 내리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 인데 이런 사람들은 곰곰히 보면 나를 무척 오래, 깊이 알거나 나와는 반대로 자신이 타인에게 보내는 신호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후자의 사람들은 유독 논리적이고, 냉철한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면 현재 우리 회사 대표들, 과 선배 중 우모 누나, 반 후배 중 김모 군 같은 사람이다. 갑자기 생뚱 맞지만 어릴 때 한의학 체질 분류 중 하나인 태양인이 한국 사람 중에는 가장 적은 수가 있으며 이런 인물에는 히틀러가 있다는 찌라시를 본 기억이 있다. 체질과 기질이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예로 든 사람들을 만나면 '태양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러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면 두려움과 동경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특히 나름 사회에서 공부 많이 했고, 지식 쌓는 것에 대해 즐거움을 갖고 있으며, 전공인 국제정치학 덕분에 세계 역사, 정치에 대해 나름 보통 사람 이상의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들이 비정상적인 통찰력으로 내놓는 생각과 논리에 감탄과 열등감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이랑 설령 논쟁이나 하려 치면 내 논리는 헛점 투성이인 것 같다. 그럴 때면 논리로 이길 수 없다는 패배감이 더해져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요즘 내가 일상에서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바로 대표들과 대화와 인간 관계에서 온다. 이미 대표들에게 나이로, 지식으로, 논리로, 성격으로 주눅이 들어 있는 상황에서 내 가치관과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면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게 너무 화가 난다. 마구 반박하고 "너 틀렸어"라고 입증하고, 승리감에 취하고 싶은데, 업무 외에 일반적인 대화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대부분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도 많아서 이걸 물고 늘어지면 난 완전 성격 파탄자인거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주눅이 들었나 싶기도 하다. 반대로 보면 이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너무나 받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니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참...이 인간들이 뭐라고 내가 이러는지 모르겠다. 좀 더 깊이 보면 내가 지금 우리 회사 업무에 자신감이 없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회사 조직 문화 자체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이 빠른 건 좋지만 이러한 부분은 꼭 개선되어야 할 사항인 것 같다. 남들 기분을 상하지 않게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법.
대안은 뭘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고 업무에 빨리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겠지만 이 방법은 근본적이라 가능성이 낮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한방에 해소할 수 있는 '승리의 순간'이 필요하다. 아니면 대표를 향한 패러디와 조롱을 통해 조금씩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든가.
아니면 내가 이러한 상황을 수용하는 태도만 좀 더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면 조금 나을까. 내가 부족한 점은 인정하겠는데 남들이 내가 부족한 점을 의사 결정에 이용하는 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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